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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좋다는 그 남자는
아무 여성과도 맞지 않았다.

 

그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이다.

본인도 그렇고, 남들 보기에도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그럴 정도로 무난한 사람이다.

어떤 여자와도 맞을 거 같고,
안맞아도 맞춰줄 것 같은
그 남자,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처음 소개를 시작할 때는 나도 이럴 줄 몰랐다.

특별히 원하는 여성상이 있나요?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긴데, 아주 별나거나 그런 거 아니면 전 매니저님이 괜찮다는 여자면 다 좋습니다.

그래도 성격이건, 외모건, 하다못해 취미생활이나 종교 같은 거본인의 특정 취향 같은 거요?
생각은 해보겠는데요. 딱히 그런 건 없고요. 아! 하나 있네요. 전 여자가 질질 잘 우는 게  싫더라고요.
그것만 아니면 됩니다. 저 같은 사람 소개하기 쉽죠?

그의 말을 듣고도
확 떠오르는 여성의 이미지나 스타일이 없었다.

사실 그가 이렇게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연애를 몇 번 했는데,
번번히 안좋게 끝났다고 했다.

제가 아마 여자 보는 눈이 없다 봅니다. 그래서 매니저님에게 전적으로 맡겨보려고요.

이것저것 까탈스럽게 요구하는 고객도 힘들지만,
이분처럼 아무나 괜찮다는 고객도 힘들다.

그와 얘기를 나눌수록
어울리는 여성상이 분명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모호해졌다.

그의 딱 한가지 전제인
‘잘 우는 여자가 싫다’,
이것도 그렇다.

원래 잘 우는 사람도 있지만,
상황과 대상에 따라 울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일단은 소개를 해보기로 했다.
그러면 그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
윤곽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3-4살 나이차이가 나는
평범하고 무난한 여성들이었다.

5번 정도의 소개가 진행되었는데,
만남 결과에 대한 그의 반응은 이랬다.
 

첫 번째 소개.

“매니저님, 여성이 교회에 너무 매달려요.”
 “종교는 안따지신다고 하셨잖아요. 종교를 갖고 계시지도 않고요.”
 “제 친구 하나는 와이프가 이상한 종교를 믿다가 전세금까지 빼서 갖다 받치는 바람에 이혼을 했거든요”
 “대개 여성분이 신앙생활을 남성보다는 더 깊이 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종교를 강요하거나 그렇지만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보는데요.”
 “십일조도 아니고, 십이조를 한다는데,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
 

두 번째 소개.

첫 번째 여성의 경우를 고려해서
이번에는 종교가 없는 여성을 소개했다.
   
정치성향이 너무 강하네요.
 ?
 대통령 선거 얘기가 나왔는데,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더라고요.  근데, 생각이 너무 달라서
 하마터면 싸울 뻔 했어요.
 가정생활에 정치 성향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어요. 그쪽으로 관심이 많은 분 아니면요.
 왜요. 그렇지 않죠. 정치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아는 게 많아선지 꼭 사람을 가르치려고 하더라고요.
 회사 동료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같이 있기가 피곤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만난 여성에 대해서도
태클을 걸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는 여자들을 만나면서
백지에 밑그림을 조금씩 그렸던 것 같다.

마치 내가 소개를 하면서
그의 여성상을 정리해보려고 했던 것처럼.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의 맞선은 다섯 번째 소개로 일단 스톱되었다.

보다 본질적인 대화가 필요했다.
그에게 던진 질문부터 고쳐야했다.

특별히 원하는 여성상이 있나요?가 아니라
여성에게서 특별히 기피하는 부분이 있나요?로 말이다.

그렇게 하나씩 기피요인을 제외하면서
여성상의 밑그림을 그린 다음
정말로 원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과정으로
그의 맞선 플랜을 다시 짜고 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한명도 없듯이
중매도 매번 다른 사람의 다른 스토리를 접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그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래서 매번 다른 결론이 나온다.

그래서 내게는
남녀 중매하는 일이
세상 무엇보다 더 어렵다.

 

091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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